상위권 학생이 없으면 광고를 못한다?
글/김수빈 (주)해오름커뮤니케이션즈 마케팅 이사
학원의 학생모집을 위해 1순위로 활용되는 광고 내용은 학생들의 상위 실적 또는 성적 향상에 관한 부분이다. 물론 대부분 입시∙보습학원의 경우이다. 이것은 아주 고전적인 방법이고 또한 실적을 내는 학원이나 실적을 내지 못하는 학원이나 대부분이 이 방법을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긴다.
전교 1등, 특목고 합격, 대학 수석합격, 서울대 합격, 의∙약학계열 합격 등의 실적들은 학원광고에 틀림없이 등장하고 그 효과가 크다고 확신한다. 광고만을 볼 때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가르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있다. 물론 상위권 학생의 존재나 상위권 학생들의 실적을 학원광고에 활용함으로써 얻어지는 광고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정설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위권위주의 실적이 뛰어난 학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원이 이러한 유형의 광고를 고집한다는 것이다. 실적이 뛰어난 학원은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실적을 올린 경쟁학원 때문에 고민하고 그렇지 못하는 학원은 상위권이나 실적 때문에 어떻게 광고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이다.
상위권이 없거나 실적이 부진해 광고지에 표현할 수 없다면 일반적인 내용으로 광고하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상위권이나 실적이 뛰어나지 못한 학원은 광고를 할 수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렇지 않다.
광고란 먼저, 시장환경 분석을 통해 명확한 표적시장선정과 포지셔닝 규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시장환경 분석은 조사와 통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조사는 마케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케팅조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여 올바르고 즉각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사업을 결정한 원장이 그 시장의 모든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필요는 없다. 즉 고객들은 그 수가 너무 많고 구매욕구에 있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학원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는 대신에,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세부시장을 규명해야 한다.
즉, 표적마케팅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노력을 분산시키는것이 아니라, 가장 크게 만족을 줄수있는 기회가 되는 구매자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볼 때, 학원의 주요타깃은 10% 안팎의 상위권 학생들이 아니라 60~70%를 차지하는 중위권 학생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원은 이를 간과하고 상위권으로만 포지셔닝이 되어있다. 물론 상위권 전문학원이라면 말이 되지만 모든 학원이 상위권 전문일 수는 없는 법. 대다수의 학원은 이미 포지셔닝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류를 범하게 될까?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Gucci의 광고를 보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1990년대 중반 이전의 Gucci 광고들은 최고의 패션이라는 자존심에 근간을 둔 자존심을 내세우는 광고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즉, Gucci 광고는‘내가 누구인가(Who I am)’만 조용히 말하고 있다. 이 옷을 입으면 어떤 느낌이라든가, 이 향수를 쓰면 이성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Gucci의 이런 광고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Gucci는 더 이상 그런 전략을 고집 할 수 없게 된다. 요즘 소비자들이 누구인가, 강도 높은 자극이 없이 그들은 Gucci의 명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Gucci는 과감하게 자존심을 접었다. 그리고 Gucci라는 브랜드에 안주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욕망 속으로 파고들었다.
광고기법 상으로 볼 때 학원상품은 고관여도 제품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관여도(involvemen)란‘특정 상황에 있어 자극에 의하여 유발되는 지각된 개인의 중요성이나 관심의 수준’을 의미한다. 관여도가 높을 때 소비자는 제품의 사용에 의한 혜택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극소화할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다. 교육제품은 기능적이며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는 이성적 존재로 인식되며, 이성적 판단이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하기 쉽다. 이 기준에 속한 제품은 고가인 경우가 많으며, 이럴 경우 소비자는 학습-느낌-행위의 단계를 거치게 되며, 광고전략은 정보 중심과 이성적 어필의 광고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사고중심형 소비자(thinker)로 분류될 수 있다.
학원상품은 고관여도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의 선택에 있어서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의 소비자들은 상위권 실적이 우수한 학원에 자녀를 맡기면 저절로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적이 우수한 학원과 상위권이 많은 학원을 선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상위권위주의 학원의 광고에 현혹된 학부모들은 학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만 챙기고, 못하는 학생은 항상‘찬밥’신세로 전락한다고 불평한다. 학생은 찬밥으로 취급당하지 말아야 한다. 사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공교육에서 실행하기 힘든 개인별, 수준별 맞춤학습을 통해 개개인의 실질적인 성적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학부모가 비싼 원비를 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근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겪은 소비자들은 상위권위주의 학원에서 중위권의 학생은‘찬밥’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부쩍 늘었다. 다시 말해 상 위권을 잘 가르치는 학원이 아니라 중위권의 우리아이를 제대로 가르치는 학원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위권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초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성적향상의 가능성이 높은 반면 조금만 방심해도 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다. 머지않아 중위권 아이들의 성적향상 노하우가 깊은 학원, 중위권 아이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학원이 마케팅의 중심 방향이 되어 광고의 중심내용이 될 때가 올 것이다.
시장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규모 있는 학원들은 M&A를 서두르며 초대형 학원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문적인 홍보 마케팅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고 그들이 학원 시장의 광고홍보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원장의 직감에 의존한 광고 집행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마케팅 전문가들이 시장을 분석한 후 과연 상위권만을 위한 포지셔닝을 고집할 것인가? 물론 그런 학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모든 학원이 상위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가라면 정확한 타깃에 접근한 중위권 포지셔닝을 지향할 것이다. 이제 학원광고도 정확한 마케팅과 포지셔닝을 통해 변화되고 세분화되어갈 날이 머지않았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